*** 밤은 샜는데, 아직 날은 밝지 않았다. 아침나절부터 내리는 비 때문이다. 잿빛으로 침잠한 3월의 아침. 치밀하게 내리는 비가 낮게 자란 풀들의 부석거리는 머리칼을 적신다. 은밀하고 느린 몸짓으로 섭리처럼 스미는 빗물. 흠뻑 젖어 들어서 고요히 뺨 위로 흘러내리다, 이내 가슴께에 고이는 탁수. 쏟아지는 비.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독 째' 들이붓는 ...
윙은 눈을 떴음. 녤의 침대 위. 그리고 그의 품 안에서.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녤의 가슴팍에 윙은 다시 눈을 감았음. 시야가 캄캄해지니 눈앞에 보이는 건 어제 제 위로 덮치던 녤의 모습이었음. 아... 소리없이 탄식한 윙의 몸에 힘이 들어감. 통제되지 않는 꿈처럼 밀려 들어오는 어젯밤. 지난 첫경험과는 다르게 어제의 일이 너무도 선명했음. 부대끼던 살들과...
3월이 됨과 동시에 개강이었음. 꽃 대신 꽃샘추위가 피어나는 나날. 어언 2년 만의 학교라 낯설었지만 개강 시즌의 학교 분위기는 언제 봐도 익숙하게도 생기 넘쳤음. 2학년 1학기는 본격적으로 전공 강의가 많아지기 시작하는 시기. 너무 오랜만의 수강신청이라 시간표 짜는 게 어렵다, 그러니 네 걸 참고하겠다는 말을 핑계로 윙은 최대한 최건과 시간표를 맞춰서 짰...
따가운 아침햇살. 윙은 정신이 깨고도 눈을 뜰 수가 없었음. 허리를 징징 울리는 통증. 그리고 엉덩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아픔. 무엇보다도 어제의 어렴풋한 기억. 군데군데 잘린 필름이었지만 그래도 대략의 상황파악은 됐음.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진짜. 진짜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음. 최건은 잘 되어가는 여자가 있으면서도 왜 친구인 나랑 잔 걸까, 하...
“아, 흐아, 으응! 다니.. 아!” 아래에 치닿는 타인의 허벅지, 그리고 예민한 안을 파고드는 성기. 어느덧 꽤 익숙해진 모텔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지훈은 생각했음. “쉿, 토끼야.” 제가 어쩌다 이 놈, 동기인 이 늑대랑, “내 이름을 부르면 안 되지.” 몸을 섞는 사이, 그러니까... 섹파가 되었는지. . . . 현재 지훈과 다니엘의 관계를 ...
@폰으로 작성하여 오탈자와 의식의 흐름 주의 (BGM : 치즈 - Be There) *** Day 2 뉴욕 여행 2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지훈은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올리며, 간밤의 꿈을 되새김질했다. 침대헤드에 멍하니 기대 앉아 머릿속으로 흘러가는 영상을 분석해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개꿈.” 그랬다. 간밤 지훈이 꾼 것은 말 그대로 ‘개꿈’...
(BGM : Another Day of Sun - La La Land) *** 발밑이 온통 흰 구름이다. 말 그대로든, 비유적으로든. 두근두근 뜀뛰는 마음. 지금 이곳은 무려 상공 17km. 서울발 뉴욕행 비행기는 순항의 날갯짓 중이다. 한껏 부풀린 어린 꿈을 싣고. 누군가의 비틀린 운명을 향해. . . . 지훈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쓰리였다. 새벽같이...
*** 왁자지껄한 술집. 시침은 이제 막 숫자 10을 가리키고, 대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술이 오를 타이밍이다. 탁구공만한 소주잔이나 손아귀에 가득 차는 맥주잔끼리 서로 사이좋게 쨍쨍 부딪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눈치를 살살 보는 사람이 있다. 아, 벌써…. 지훈은 시계와 우진만 흘끗흘끗 번갈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중이었다. 아까 낮...
(BGM : 가을방학 - 3X4) *** 아래에서 위로 던진 농구공. 그 공이 어떤 모양을 그리면서 떨어져 내릴지 상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모든 공은, 하늘로 가파르게 솟았다가, 중간지점에서 둥글게 휘어, 이내 완만하게 떨어져내리는 포물선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미발송 연서 w. 모닥 4교시 체육시간. 정오의 뙤약볕이 운동장을 달구고 있다. 늦더...
RPS 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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